⚠️ 이 글은 결말까지의 전개가 어느 정도 포함됩니다.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주의 부탁드립니다.
서론 – 전쟁으로 끝나는 호빗의 여정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말 그대로 호빗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전쟁 영화’입니다. 2편 「스마우그의 폐허」가 용의 습격 직전에서 끊기며 관객을 숨 막히게 만들었다면, 3편은 그 클리프행어의 폭발을 그대로 이어받아 오프닝부터 호수마을이 불타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번 편은 빌보의 소심하지만 용기 있는 성장담이라기보다는, 보물과 권력을 둘러싼 종족 간 갈등, 그리고 탐욕에 잠식된 왕의 비극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기에 반지의 제왕 3부작과 연결되는 떡밥들(돌 굴두르 전투, 사우론의 실체, ‘스트라이더’ 언급, 빌보의 귀환과 반지 등)이 대거 등장하면서, 사실상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으로 이어지는 프롤로그이자 에필로그 같은 느낌을 줍니다.

호빗 3부작의 피날레, 어떤 이야기인가
스마우그의 최후로 여는 파괴적인 오프닝
영화는 전편의 마지막 장면 직후, 용 스마우그가 호수마을을 불바다로 만드는 시퀀스로 문을 엽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 오프닝은 사실상 「스마우그의 폐허」의 진짜 결말처럼 느껴지죠.
감옥에 갇혀 있던 바르드는 기지를 발휘해 탈출하고, 마지막 검은 화살 한 발로 스마우그를 쓰러뜨립니다. 거대한 용의 시체가 호수로 떨어지며 권력과 재산만 챙겨 달아나던 마스터 일행이 한 번에 쓸려나가는 장면은, 탐욕의 결말을 단번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이 대목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2편에서 쌓아둔 스마우그의 위압감이 큰 역할을 합니다. 이미 관객 머릿속에 각인된 그 목소리와 움직임 덕분에, 3편 초반의 파괴는 분량에 비해 훨씬 더 거대하고 위협적으로 느껴집니다.
보물을 둘러싼 ‘드래곤 싱크니스’와 빌보의 선택
용은 사라졌지만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에레보르의 보물은 되찾았지만, 참나무 방패 소린이 보물에 집착하며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이 3편의 핵심 드라마입니다.
소린은 왕의 보물 아르켄스톤에 사로잡혀 동료들의 의견도, 약속도 무시한 채 산문을 봉쇄하고, 호수마을 난민들이 도움을 청하러 와도 문을 열지 않습니다. 엘프 왕 스란두일, 바르드가 정당한 보상과 동맹을 요구하지만, 소린은 자신이 쥔 부를 누구와도 나누지 않으려 하죠.
그 한편에서 빌보는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상식적인 시선을 유지합니다. 소린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친구를 지킬 것인가, 다른 이들의 생존을 도울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만의 결단을 내려 보물을 둘러싼 판세에 작은 균열을 만듭니다. 이 선택이 나중에 전쟁 구도에 큰 영향을 주게 되죠.
다섯 군대의 충돌과 캐릭터들의 마지막 여정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메인이벤트는 ‘다섯 군대 전투’입니다. 처음에는 보물을 두고 난쟁이 vs 엘프·인간이 맞붙을 뻔하다가, 오크 군대가 들이닥치면서 결국 손을 잡고 싸우는 구조입니다. 이 전투는 한 번에 다 이해하기보다는, 각 캐릭터의 ‘마지막 여정’이라는 감정선으로 보는 편이 더 좋습니다.
- 소린은 끝까지 자신의 탐욕과 죄책감 사이에서 싸우다가, 결국 왕으로서 결단을 내립니다.
- 키리와 필리, 다른 난쟁이 동료들은 각자 전장 속에서 자신만의 ‘마지막 장면’을 맞이합니다.
- 타우리엘과 레골라스의 서사는 호빗 3부작에서 새로 만들어진 이야기인 만큼 호불호가 갈리지만, 전투 동선과 액션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 빌보는 거대한 전쟁의 한가운데서 끝까지 “전쟁 영웅”이 되기보다는, 친구와 동료들을 지키려 애쓰는 작은 존재로 남습니다. 그게 이 캐릭터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클라이맥스인 소린 vs 아조그의 결투는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벌어지는 1:1 사투로 연출되는데, 초반의 정치·심리전과 달리 아주 원초적인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의 선택과 마지막 대화는, 훗날 반지의 제왕에서 계속 언급되는 ‘난쟁이 왕의 전설’에 감정적인 무게를 더해줍니다.
엔딩은 다시 빌보의 시점으로 돌아와, 그가 샤이어로 귀환해 자신이 떠났던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이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의 오프닝과 그대로 연결되면서, 두 3부작이 하나의 6부작 서사처럼 이어지죠.
반지의 제왕으로 이어지는 세계관 연결 포인트
호빗 3편은 팬서비스 차원을 넘어, 반지의 제왕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설정들이 쏟아지는 편입니다. 이런 포인트를 알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1. 돌 굴두르에서 드러나는 사우론의 정체
간달프가 포로로 잡혀 있던 돌 굴두르에는 갈라드리엘, 엘론드, 사루만이 등장해 나즈굴과 사우론의 기운에 맞섭니다. 이 장면은 원작 소설에서는 짧게만 언급되던 ‘네크로맨서’ 에피소드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부분으로,
- 왜 반지의 제왕 시점에서 이미 사우론이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는지
- 간달프가 ‘절대반지’와 사우론의 연결을 얼마나 일찍 눈치챘는지
를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호빗 시절의 모험이 단순한 소동이 아니라, 중간계 전체를 건 전조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살아납니다.
2. ‘스트라이더’를 언급하는 레골라스와 스란두일
전투가 끝난 뒤, 레골라스는 아버지 스란두일과 갈등 끝에 엘프 왕국을 떠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때 스란두일이 “북쪽에 괴짜 방랑자 하나가 있다, 그를 찾아가 보라”는 식으로 힌트를 주는데, 이 인물이 바로 ‘스트라이더’ 아라곤입니다.
덕분에 레골라스가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어떻게 인간들과 어울리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호빗 3부작 – 반지의 제왕 3부작이 한 덩어리 세계관으로 연결됩니다.
3. 빌보의 반지와 샤이어로의 귀환
엔딩에서 빌보는 간달프와 헤어지며, 반지에 대해 슬쩍 의심 어린 질문을 받습니다. 빌보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숨기지만, 관객은 이미 이 반지가 절대반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죠.
곧이어 나오는
- 샤이어의 평화로운 풍경
- 집이 ‘사망 처리’된 탓에 빌보의 물건들이 경매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
- 혼자 집으로 돌아와 반지를 바라보는 빌보
이 일련의 장면은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의 프롤로그와 직결되는 에필로그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호빗의 모험은 끝나고, 프로도의 시대가 열립니다.
액션과 감정선, 왜 평가가 엇갈렸을까?
장점 – 스케일과 감정의 피크를 한 번에
- 세 편 동안 쌓아 온 캐릭터 관계와 감정선이 한 번에 폭발합니다.
- 다섯 군대 전투의 스케일감, 동선, 병력 배치는 지금 봐도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 하워드 쇼어의 음악, 특히 엔딩 크레딧의 빌리 보이드가 부른 「The Last Goodbye」는 실질적인 중간계 송별식 느낌이라, 시리즈를 함께 따라온 팬이라면 엔딩에서 감정이 크게 올라갑니다.
또한, 소린·빌보의 마지막 대화나 난쟁이·엘프·인간이 결국 협력해 싸우는 구조 덕분에, 고전적인 영웅 서사의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단점 – 러닝타임 대부분이 전투, 호불호가 갈리는 연출
반대로, 많은 비평가와 관객은 이 영화가 전투에 지나치게 많은 러닝타임을 할애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러닝타임 144분 중 상당수가 전투 장면인데,
- 오크 장군과의 1:1 액션
- 산양(염소)을 타고 절벽을 뛰어다니는 장면
- 기괴한 괴수들과의 전투
같은 장면들은 “멋있긴 한데 너무 게임 같고 오바 아닌가?” 하는 반응을 부르기도 했죠. 그런 탓에 로튼토마토 평론가 지수는 59%, 메타크리틱 메타스코어도 59점으로 중간 정도의 평가에 그쳤습니다.
반면 관객 평점은 IMDb 7.4점, 왓챠피디아 평균 3.9점 등으로, 전반적으로 “단점은 있지만 팬으로서는 만족스러운 피날레”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극장판 vs 확장판, 어느 쪽을 볼까?
호빗 3편은 극장판과 확장판의 색깔 차이가 특히 큰 작품입니다.
러닝타임과 등급 차이
- 극장판: 약 144분, 12세 관람가 / PG-13, 전체적으로 수위 조절이 되어 있음
- 확장판: 약 164분, 추가 footage 약 20분, 일부 국가는 청소년 관람불가 / R 등급 판정 (강한 전투·유혈 묘사 때문)
추가된 20분은 거의 대부분이
- 전투의 디테일 강화
- 돌 굴두르·간달프 파트 확장
- 난쟁이들 각자의 활약을 보여주는 장면
- 토린의 장례식과 대관식 장면 등 감정적 마무리
같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확장판이 좋은 점
- 캐릭터 감정선 보완
- 난쟁이 개개인의 활약과 관계성이 더 잘 드러나서, 전투에서의 희생이 덜 허무하게 느껴집니다.
- 토린의 장례식 장면 덕분에, ‘왕의 마지막’이 훨씬 묵직하게 정리됩니다.
- 전투의 논리성이 좋아짐
- 어느 군대가 어디서 어떻게 합류하는지, 전투 동선이 좀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 돌 굴두르 파트도 보강돼, 사우론 및 반지 전쟁으로 이어지는 맛이 더 강해집니다.
- 진짜 피날레 같은 느낌
- 확장판까지 보고 나면, “아 이제 정말 중간계 이야기가 끝났구나” 하는 감정적 마침표가 찍힙니다.
확장판의 단점
- 전투 수위가 확실히 올라갑니다. 피·유혈 표현과 잔혹 묘사가 늘어나서, 가족 단위 관람이나 어린 관객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수위입니다.
- 이미 전투가 길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20분 추가가 “더 길어진 피로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어떤 순서로 보는 게 좋을까?
- 처음 보는 사람 / 가볍게 즐기고 싶은 관객 → 극장판 추천
러닝타임이 상대적으로 짧고, 수위도 낮아서 부담 없이 보기 좋습니다. - 호빗·반지의 제왕을 모두 좋아하는 팬 / 세계관 덕후 → 극장판 1회 감상 후, 확장판 재감상 강력 추천
특히 난쟁이 캐릭터들을 좋아한다면 확장판이 훨씬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관객에게 추천 / 비추천, 볼 수 있는 곳
이런 분들께 추천
- 이미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사랑했고, 중간계에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 사람
- 거대한 전투, 병력 운용, 영웅들의 최후 같은 대규모 전쟁 서사를 좋아하는 관객
- 소린, 빌보, 난쟁이 일행의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었던 호빗 팬
- 하워드 쇼어 음악과 빌리 보이드의 「The Last Goodbye」로 정석적인 엔딩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
이런 분들에겐 살짝 비추천
- 캐릭터 심리극, 잔잔한 드라마를 더 좋아하고 CG·대규모 전투에는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관객
- 이미 1·2편에서 늘어진 전개를 부담스럽게 느꼈던 사람
호빗 원작 소설의 가벼운 톤과 모험기를 기대했던 독자 (영화는 훨씬 어둡고 비장합니다)
볼 수 있는 곳
2025년 12월 7일 기준 한국에서 쿠팡플레이에서만 스트리밍 중입니다. (키노라이츠)
결론 – 중간계 팬이라면 꼭 한 번은 거쳐야 할 피날레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냉정하게 보자면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전투가 너무 길고, 일부 연출은 과한 CG 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비평가 평점은 시리즈 중 가장 낮은 편이죠.
하지만 6편의 중간계 실사 시리즈를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본다면, 이 영화가 해내는 역할은 분명합니다.
- 호빗 3부작의 감정적 마무리
-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넘어가는 연결 고리 정리
- 소린과 빌보, 난쟁이와 인간·엘프의 관계에 대한 마지막 정리
- 팬들에게 “이제 정말 끝났다”는 작별 인사
그래서 이 작품은, 단독 영화라기보다는 중간계 대서사시의 마지막 챕터로 보는 게 더 어울립니다. 이미 1·2편을 보셨고 반지의 제왕까지 이어서 볼 생각이라면, 다섯 군대 전투는 다소의 아쉬움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한 번은 지나가야 할 관문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