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결말까지의 전개가 어느 정도 포함됩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서론 – 여정의 무게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피날레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은 프로도와 사우론의 최종 대결을 그리며 3부작 서사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절대권력의 유혹을 끝낼 방법에 대한 대답을 제시합니다.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곤도르 함락의 위기, 왕의 귀환, 반지의 파괴 그리고 그 이후까지 숨 가쁘게 담아내면서도, 결말에 이르면 한 시대를 떠나보내는 깊은 여운을 남기지요. 저는 이 마지막 편이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닌 쓸쓸한 작별의 정서까지 담아냈기에 더욱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편과 2편에서 쌓아온 흐름이 왕의 귀환에서 어떻게 결실을 맺는지 살펴보고, 명작으로 불리는 이유를 장면들과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중간계 대전쟁의 클라이맥스 – 곤도르의 위기와 진짜 ‘왕’의 귀환
1) 간달프와 피핀이 향한 곳, 곤도르의 마지막 보루
2편 마지막에서 간달프와 피핀이 로한을 떠나 곤도르의 수도 미나스 티리스로 향하는 장면이 있었죠. 3편은 그 여정의 도착점에서 시작합니다. 미나스 티리스는 멀리서 보면 흰색 산을 깎아 만든 듯한 성채 도시인데, 영화는 이 도시를 “인간 왕국의 마지막 자존심”처럼 보여줍니다.
하지만 도시를 지키는 건 ‘왕’이 아니라 섭정 데네소르. 아들이었던 보로미르에 대한 집착과 절망, 그리고 또 다른 아들 파라미르에 대한 차별적인 태도가 곤도르의 병든 현실을 상징하죠. 간달프는 이 절망적인 지도자를 대신해 병사들을 독려하고, 성벽 위에서 직접 지휘하며 사실상 ‘임시 왕’처럼 행동합니다.
이 파트에서 눈에 띄는 건 곤도르 봉화대 점화 장면. 산맥을 따라 이어진 봉화들이 하나씩 불붙으며 로한에 도움을 요청하는 시퀀스는, 그 자체로 전율 포인트입니다. 연출적으로도 뉴질랜드 실제 산악 지형을 활용한 명장면이라, 극장에서 보면 거의 다큐멘터리 같은 실감이 나죠.
2) 로한의 결단, 로히림의 돌격
봉화를 통해 곤도르의 위기를 알게 된 로한의 왕 세오덴은 다시 한번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2편 헬름 협곡 전투를 거치며 자신감을 되찾은 세오덴이,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도움을 받은 입장인데, 이제는 우리가 달려가 줄 차례”라는 태도로 변해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이 결단은 곧 펠렌노르 평원 전투로 이어집니다. 사우론의 거대한 군대, 코끼리 같은 전투 짐승 ‘올리판트’, 공성탑, 나그줄의 비행 생물까지 총출동하는 대규모 전투죠. 그 한가운데로 말 타고 돌격하는 로한의 기병대, 그리고 배경에서 들려오는 호워드 쇼어의 음악은, 삼부작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장면입니다.
알고 보면 재밌는 포인트는 에오윈과 메리의 활약이에요. 전쟁터에 나갈 수 없는 위치였던 두 인물이 ‘몰래’ 참전해서, 이야기의 중요한 변곡점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상당히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에오윈 파트는 특히 “전통적인 영웅이 아니었던 인물이 진짜 전설적인 한 방을 날리는 순간”이라, 전투 장면 가운데서도 감정적으로 가장 크게 터지는 구간이죠.
3) 아라곤의 마지막 시험 – 망령 군대를 이끌어라
한편 아라곤, 레골라스, 김리는 또 다른 임무를 맡습니다. 바로 죽음의 길(맹세를 어긴 자들의 길)로 들어가 과거의 배신자들을 설득해, 사우론의 군대와 맞설 군대를 끌어오는 것.
여기서 아라곤은 더 이상 ‘방랑자’가 아니라, 진짜로 왕의 권한을 행사하는 자가 됩니다. 조상들이 맺었던 약속을 이어받아, 그 약속을 이행하라고 망령들에게 요구하죠. 이 파트에서 등장하는 초록빛 망령 군대는 비주얼적으로도 강렬하지만, 상징적으로는 “과거의 죄와 책임을 지금 세대가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아라곤이 새로 벼린 검(안두릴)을 들고 환영 군대를 이끌고 나타나 전세를 뒤집는 장면은, 말 그대로 ‘왕의 귀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시퀀스라고 보면 됩니다. 1편에서부터 쌓아온 아라곤의 자기 의심, 책임 회피, 그리고 점차적인 성장 서사가 이 순간에서 완성됩니다.
반지의 마지막 여정 – 프로도, 샘, 골룸의 비틀린 동행
1) 골룸의 과거와, 점점 무너져가는 프로도
영화 초반, 인간 시절 스미골이 어떻게 골룸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짧은 프롤로그가 등장합니다. 반지 하나를 얻기 위해 친척을 살해하고, 반지가 주는 집착과 고립에 서서히 잠식되어 현재의 골룸이 되는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주죠. 이 장면은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프로도 역시 반지에 오래 노출되면 같은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처럼 기능합니다.
실제로 3편의 프로도는 1편의 순수한 호빗과는 완전히 다른 상태예요. 반지를 오래 지니고 다닌 탓에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바닥나고, 의심과 환각에 시달립니다. 반지가 그의 목에 걸려 있는 단순 소품이 아니라, 하나의 중독과 PTSD처럼 묘사되는 지점이 인상적이죠.
골룸은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두 얼굴을 오가며 프로도를 조종합니다. 프로도는 점점 샘을 의심하고 골룸에게 기댈수록, 관객 입장에서는 “이러다 정말 둘 다 골룸 꼴 나는 거 아니야?” 하는 불안이 커집니다.
2) 샘의 헌신과, 모독의 땅 모르도르로의 진입
2편에서 오르상크와 헬름 협곡이 메인 전장이었다면, 3편에서 프로도·샘·골룸의 파트는 모르도르 내부가 주요 배경입니다. 황폐한 대지,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연기와 화산재, 검은 군대 행렬이 이어지는 풍경이 거의 지옥 묘사에 가깝죠. 이런 배경 덕분에, 프로도의 체력과 정신이 무너지는 과정이 더 실감 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 진짜 주인공 같은 인물을 꼽으라면 대부분 샘을 이야기합니다. 식량을 아껴 챙기고, 프로도가 쓰러질 때마다 물과 음식을 나눠주며, 심지어는 프로도를 등에 업고 오르막을 오르는 장면까지 이어지거든요. 이 정도면 반지를 직접 들고 가지 않았을 뿐, 실질적인 ‘두 번째 주인공’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알고 보면 재밌는 디테일은 샘이 계속해서 “샤이어로 돌아가면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는 모습이에요. 이것이 단순한 잡담이 아니라, 소박한 일상에 대한 기억이 어떻게 극한 상황에서 사람을 붙잡아 주는가를 보여주는 장치로 쓰입니다. 반지가 상징하는 절대 권력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가치죠.
3) 반지 파괴와, 피날레를 향한 큰 결단
이제 반지는 운명의 산에 거의 다다르게 되고, 그 지점에서 프로도는 사실상 한계에 도달합니다. 여기서 영화는 “주인공이 끝까지 완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꽤 냉정한 답을 내놓습니다. 그 과정에서 골룸의 역할도 다시 한번 뒤틀린 방식으로 중요해지고요.
결국 중요한 건 “반지가 어떤 식으로든 사라진다”는 결과와, 그 과정에서 프로도와 샘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입니다. 이 파트는 전투 장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심리적인 긴장감이 엄청나서 첫 관람 때 가장 숨을 죽이게 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지의 운명이 결정되는 그 순간이야말로, 삼부작 전체가 달려온 결승선이라고 볼 수 있겠죠.
엔딩 직전에 펼쳐지는 독수리의 등장, 곤도르로의 귀환, 그리고 동료들과의 재회는 그 긴 여정을 보상해 주는 감정 폭발 구간입니다. 이미 결말을 알고 다시 볼 때는 “아, 여기까지 오느라 진짜 고생했다”라는 묵직한 피로감과 안도가 함께 밀려와요.
끝나지 않는 엔딩들 – 왜 이렇게 길게 이별을 그렸을까?
왕의 대관식, 그리고 ‘중간계 버전 해피 엔딩’
사우론의 위협이 사라진 뒤, 영화는 단번에 끝내지 않고 여러 단계의 에필로그를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아라곤의 왕위 계승과 대관식. 여기서 아라곤은 왕으로서 군중과 동료, 그리고 호빗들에게 예를 갖추며, 그동안 자신이 짊어져야 한다고 두려워했던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이 장면에서 삼부작을 관통했던 여러 관계들이 굉장히 간략하지만 확실하게 정리됩니다. 로한과 곤도르, 엘프와 인간, 호빗과 왕들 사이의 거리감이 상징적으로 줄어드는 순간이죠. 특히 작은 호빗들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는 연출 하나로, “이 거대한 전쟁을 실제로 끝낸 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조용히 답합니다.
그리고 샤이어로의 귀환.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집으로 돌아와 일상을 되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곳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프로도와 친구들도 예전의 그들이 아니고요. 이 “변해버린 자신과 변하지 않은 고향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는 게 왕의 귀환 후반부가 가진 핵심 정서입니다.
프로도의 선택 –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은 마지막 회색 항구(그레이 헤이븐) 장면입니다. 여기서 영화는 “모든 상처가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다 치유되는 건 아니다”라는 꽤 성숙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프로도는 반지와 함께한 트라우마,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로 인해 결국 샤이어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죠.
이걸 단순히 “슬픈 이별”로만 보기엔, 영화가 그려내는 표정과 음악이 너무 잔잔하고 따뜻합니다. 오히려 오래된 친구와의 이별을 통해,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다시 살아갈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결말에 가깝습니다. 샘이 가정으로 돌아가며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장면이 바로 그 증거죠.
많이들 이야기하는 “엔딩이 너무 많다”는 비판도 있지만, 삼부작을 꼬박 따라온 입장에서 보면 이 다층적인 엔딩이 의외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각 인물에게 필요한 작별 인사를 차근차근 건네고 나서야, 비로소 이 긴 여정을 떠나보낼 수 있게 되니까요. 저는 마지막 장면에서 프로도가 항구를 떠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그만큼 이 결말은 거대한 모험담을 아름답고도 쓸쓸하게 매듭지으며, 왜 이 영화가 명작으로 칭송받는지 새삼 실감하게 합니다.
연출·연기·음악 – 왜 이 영화가 상을 싹쓸이했는지
11개의 오스카 트로피가 말해 주는 것
왕의 귀환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을 모두 수상하면서, 벤허, 타이타닉과 함께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공유합니다. 특히 놀라운 건 노미네이트 된 11개 전 부문을 전부 수상한 ‘퍼펙트 스윕’을 이룬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이에요.
주요 수상 부문을 보면
-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 음악상(오리지널 스코어), 주제가상(Into the West)
- 미술, 의상, 분장, 편집, 시각효과, 음향믹싱
등, 사실상 영화의 거의 모든 요소를 인정받은 셈입니다. 상의 개수도 놀랍지만, 기술·예술·이야기 구조를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점이 더 중요하죠.
전투와 감정의 밸런스
3편은 쉽게 말해 “전투량을 최대로 늘린 파트”입니다. 펠렌노르 평원 전투, 미나스 티리스 공성전, 블랙 게이트 최후의 대치까지 한 작품 안에 몰려 있으니까요. 그런데도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전투 장면 사이사이에 인물의 선택과 감정이 계속 중첩되기 때문입니다.
- 세오덴과 에오윈의 가족사
- 데네소르와 파라미르의 비극적인 부자 관계
- 아라곤의 왕으로서의 결단
- 프로도와 샘, 골룸의 균열
이런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전투의 승패만큼이나 중요한 ‘감정적 승부처’로 작동하기 때문에, 화면은 전쟁 영화처럼 화려하면서도 정서는 오히려 드라마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호워드 쇼어의 음악도 여기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각 민족과 인물에게 할당된 테마들이 3편에 이르러 한꺼번에 변주되면서, “아, 이게 진짜 마지막이다”라는 감각을 계속 상기시켜 주죠.
이런 사람에게 추천 & 비추천, OTT 사이트
✅이런 분께 강력 추천
- 1·2편을 이미 봤고, 전체 서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
- 거대한 전쟁 스케일과 동시에 인물 드라마를 좋아하는 관객
- 판타지/모험 장르에 관심이 있지만, “진짜 클래식부터 시작해 보고 싶다”는 분
- 음악, 미술, 의상 등 영화 제작 전반에 관심 있는 영화 덕후
❌이런 분에겐 비추천
- 러닝타임 3시간 이상, 엔딩 파트가 긴 영화에 극도로 약한 사람
- 대규모 전투 장면, 판타지 전쟁 비주얼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는 관객
- 1·2편을 보지 않고 3편만 보려는 경우 (기본 구조는 따라갈 수 있지만, 감정적 울림이 상당 부분 줄어듭니다.)
OTT 사이트
2025년 12월 기준 한국에서는 쿠팡플레이에서만 스트리밍 중입니다. (키노라이츠 참고)
결론 – 반지를 버리는 이야기이자, 시대를 떠나보내는 이야기
왕의 귀환은 결국 “절대 권력의 유혹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입니다. 반지를 없애는 여정이 끝나면서, 영화는 자연스럽게 한 시대를 떠나보내는 의식을 치릅니다. 왕은 돌아오지만, 어떤 이들은 떠나야 하고, 남은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도 살아가야 하죠.
삼부작 전체를 관통해서 보면, 왕의 귀환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성장과 상실, 책임과 작별을 모두 포함한 어른들의 동화에 가깝습니다. 1편에서 막 떠나기 시작한 반지원정대가, 2편에서 각자 흩어져 시험을 겪고, 3편에서 결국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거나 떠나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설계된 피날레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이 왜 그렇게까지 클래식 취급을 받는지”를 이해하게 해 주는 작품이자, 시간이 지나도 반복해서 꺼내 보게 되는 중간계와의 마지막 인사 같은 영화로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무리 짓는 3편이 잘 되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편으로는, 왕좌의 게임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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