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어둠 속을 달리는 열차, 그 안에서 피어난 신념의 불꽃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유포테이블의 <귀멸의 칼날>. 그 TVA 1기와 2기를 잇는징검다리이자,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다시금 들여다보았습니다. 단순히 혈귀를 사냥하는 소년 만화의 전형적인 액션물을 넘어, 이 작품이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극장 좌석에 앉아 무한열차의 덜컹거리는 진동을 시각적으로 체험하며 느꼈던 전율은, 단순한 작화의 화려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 탄지로 일행의 성장기인 동시에, '염주' 렌고쿠 쿄쥬로라는 한 인물이 보여주는 숭고한 희생과 신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달리는 무한열차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꿈과 현실의 경계,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한 압도적인 힘 앞에서의 선택. 오늘 리뷰에서는 화려한 액션 뒤에 숨겨진 캐릭터들의 심리와 작품이 던지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메시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꿈이라는 무의식의 감옥, 엔무가 보여준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
영화의 전반부를 이끌어가는 하현 1 '엔무'는 매우 흥미로운 빌런입니다. 그는 물리적인 파괴력보다는 인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마음'과 '과거의 후회'를 파고듭니다. 탄지로 일행을 잠재우고 그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 혹은 가장 원했던 이상적인 꿈을 보여줌으로써 현실을 부정하게 만드는 그의 방식은 잔혹하면서도 매혹적입니다.
특히 탄지로의 꿈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혈귀에게 가족을 잃지 않은 평범한 일상. 그토록 바랐던 따뜻한 풍경 속에서 탄지로는 영원히 머물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탄지로는 스스로 꿈속에서 목을 베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현실로 돌아옵니다. "잃어버린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고, 안락한 가짜 행복 대신 고통스러운 진짜 삶을 선택하는 장면은 탄지로라는 캐릭터가 가진 정신적 성숙함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반면, 렌고쿠 쿄쥬로의 꿈은 조금 다릅니다. 그는 과거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기억 속에서도, 동생 센쥬로에게 따뜻한 형이 되어주며 자신의 책무를 다짐합니다. 무의식 속에서도 본능적으로 오니의 기척을 감지하고 소녀의 목을 조르는 무의식 영역의 방어 기제는 그가 얼마나 뼛속까지 '귀살대'로서의 사명감에 투철한 인물인지를 증명합니다. 엔무와의 전투는 단순한 칼싸움이 아니라,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인간의 강인한 정신력을 증명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유포테이블의 작화 기술과 연출의 미학
TVA 시리즈에서도 호평받았던 유포테이블의 작화는 극장판에서 그야말로 정점을 찍습니다. 특히 2D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3D CGI로 구현된 열차 및 촉수의 이질감을 최소화한 기술력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엔무가 열차 자체와 융합하여 거대한 생체 병기처럼 변했을 때, 열차 내부의 꿈틀거리는 육벽(肉壁)의 질감 표현은 기괴함과 긴박감을 동시에 전달하며 관객을 압도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시각적 향연은 후반부, 상현 3 '아카자'와 렌고쿠의 대결에서 펼쳐집니다. 렌고쿠의 '화염의 호흡'이 만들어내는 뜨거운 불꽃의 이펙트와 아카자의 '파괴살'이 보여주는 차가운 푸른빛의 대비는 화면을 가득 채우며 강렬한 보색 대비를 이룹니다. 속도감 있는 카메라 워킹과 타격감 넘치는 사운드 디자인은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전투 현장 한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은 렌고쿠가 오의(奥義) '제9형 연옥'을 시전할 때의 정적과 폭발입니다. 모든 소리가 잦아들고 렌고쿠의 기합과 함께 화면이 불타오르는 순간, 극장 안의 공기마저 뜨거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자랑이 아니라, 캐릭터의 생명력을 불태우는 서사를 시각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낸 연출의 승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렌고쿠 쿄쥬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필멸의 아름다움
이 영화의 진주인공은 단연 렌고쿠 쿄쥬로입니다. 그는 영화 후반부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아카자로부터 "너도 오니가 되어라"라는 제안을 받습니다. 오니가 되면 늙지도, 죽지도 않으며 영원히 강함을 추구할 수 있다는 유혹. 하지만 렌고쿠는 이를 단호히 거절합니다.
"늙는 것도, 죽는 것도, 인간이라는 덧없는 생물의 아름다움이다."
이 대사는 <귀멸의 칼날>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입니다. 육체는 상처 입고 소멸할지라도, 지켜내고자 하는 의지와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정신은 영원하다는 것을 렌고쿠는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아카자가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하며 비웃을 때, 한쪽 눈이 뭉개지고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검을 놓지 않는 렌고쿠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합니다.
그는 단순히 강한 검사가 아니었습니다. 후배인 탄지로 일행에게 "약한 자를 돕는 것은 강하게 태어난 자의 책무"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르쳐주었고, 죽음의 문턱에서도 승객 전원을 지켜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미소 짓습니다. 그의 죽음은 패배가 아닌,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를 끝까지 사수한 '승리'였습니다. 탄지로가 도망치는 아카자의 등 뒤에 대고 "렌고쿠 씨가 훨씬 더 대단해! 아무도 죽게 놔두지 않았어!"라고 오열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렌고쿠가 남긴 '마음의 불꽃'이 탄지로에게 성공적으로 계승되었음을 알게 됩니다.
결론: 마음을 불태워라, 그 의지는 이어진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단순한 권선징악의 스토리를 넘어,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비록 렌고쿠 쿄쥬로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마음을 불태워라"라는 유언은 탄지로뿐만 아니라 스크린 밖의 우리에게도 뜨거운 울림을 줍니다.
작화, 음악, 스토리, 그리고 메시지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물린 수작입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도, 한 번쯤은 이 뜨거운 열차에 탑승해 보시길 권합니다. 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거나, 지켜야 할 신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영화는 뜨거운 위로와 용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관람 전 팁
TVA 1기 26화까지의 내용을 보고 가야 합니다. 만약 시간이 없다면 유튜브 등의 요약 영상이라도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한열차편은 TVA 1기의 직후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추천하는 대상
- 화려하고 타격감 넘치는 액션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분
- 가슴 뜨거워지는 성장 스토리와 신념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 TVA 1기를 이미 관람하신 분 (이어지는 내용이므로 필수)
비추천 대상
- 다소 잔인한 신체 훼손 묘사에 거부감이 있는 분
- 일본 소년 만화 특유의 과장된 대사나 오글거림을 싫어하는 분
- <귀멸의 칼날> 전작 내용을 전혀 모르는 분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최종장 서막, 화려한 액션 체크리스트 총평 (노스포 리뷰)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TV 애니메이션 최종장의 포문을 여는 내용을 극장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2시간 35분 동안 귀살대와 상현 혈귀들이 한 공간에 모여 쉬지 않고 격돌하
letsnewlife.com
추가 정보들
| 장르 | 애니메이션, 액션, 판타지, 시대극 |
| 개봉일 | 2020.10.16 (일본) / 2021.01.27 (한국) |
| 상영시간 | 117분 (1시간 57분) |
| 감독 | 소토자키 하루오 |
| 제작사 | Ufotable |
| 배급사 | 토호 / 애니플렉스 (한국: 워터홀컴퍼니) |
| 관람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 글로벌 흥행 수익 | 약 5억 1000만 달러 (2020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 출처 |
| 한국 관객 수 | 약 221만 명 |
| IMDb 평점 | 8.2 / 10 (IMDb Top 250 244위) |
| Rotten Tomatoes | 신선도 98% / 관객 점수 99% |
| 네이버 영화 평점 | 9.58 (실관람객 기준), 9.08 (네티즌 평점) |
현재 감상 가능한 곳
2026년 1월 11일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라프텔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키노라이츠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