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번 글은 N번째 인생의 주관적 감상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반말로 작성한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영화 부당거래는 “이 정도면 너무 나간 거 아니야?” 싶은 장면이 계속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보고 나면 “근데… 진짜 어딘가에 있을 법하다”로 착지하는 작품이다. 범죄 스릴러이면서도, 더 무서운 건 총이나 칼이 아니라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다. 누가 제일 악한지 가리기보다, 각자 자기 논리로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기분 나쁘게 설득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배우들의 연기가 있다. 과장된 듯 보이는데 디테일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한 번씩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특히 이번에 다시 보며 가장 강하게 남은 건 류승범의 ‘양아치 검사’ 연기였다. “검사가 저렇게까지?” 싶은데, 영화가 끝나갈수록 오히려 “아… 저런 타입, 현실에도 있겠는데?”로 바뀐다. 이 작품은 줄거리보다도 사람의 민낯을 ‘거래’라는 단어로 정리해 버리는 방식이 매섭다. 그래서 이 리뷰도 사건 요약보단, 내가 느낀 배우의 결과 영화가 남기는 찝찝한 현실감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과장인데 현실 같은, ‘조작’이 일상이 된 판
이 영화의 첫인상은 “진짜 너무한다”인데, 그다음 감정은 “근데 돌아가는 모양새가 너무 그럴싸하다”다. 부당거래가 잘하는 건, 거대한 악을 한 방에 때려잡는 통쾌함이 아니라, 부패가 굴러가는 구조를 아주 일상적으로 보여주는 데 있다. 누가 ‘나쁜 놈’ 인지보다, 누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지가 중요하고, 그 유리함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선을 넘는다.
흥미로운 건 영화가 그 선 넘음을 대단한 악행처럼 포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다들 이렇게 살아”라는 듯, 담담하게 밀어붙인다. 그래서 보는 사람 입장에선 더 불편해진다. 무슨 대단한 범죄를 목격했다기보다, 회의실에서 오가는 말 몇 마디, 술자리에서 형성되는 서열, 누군가의 ‘라인’ 같은 단어들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영화 속 거래는 거창한 계약서가 아니라, 표정, 호칭, 전화 한 통, 기사 한 줄에서 시작한다.
이 대목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진짜 크게 작동한다. 현실감을 만드는 건 대사가 아니라, 대사를 던질 때의 숨, 눈치, 망설임, 그리고 “지금 이 말을 해도 되는지” 계산하는 눈빛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스릴러인데도 액션으로 뛰기보다, 사람의 말과 태도로 압박한다. 개인적으로 한국 범죄영화 중에서 ‘뉴스의 온도’에 가장 가까운 체감을 주는 편에 속한다고 느꼈다. (영화적 재미가 차갑게 쌓이는 타입이라, 보고 나서 기분은 깔끔하진 않다.)
류승범의 ‘양아치 검사’가 남긴 불쾌한 매력
내가 부당거래에서 제일 인상 깊게 본 건 류승범이 연기한 검사 캐릭터의 결이다. 흔히 ‘검사 캐릭터’ 하면 냉철하거나 카리스마로 밀어붙이거나, 혹은 정의감으로 포장된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데, 류승범은 그 틀을 반대로 뒤집는다. 말투는 가볍고, 태도는 건들건들한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잔인할 정도로 계산적이다. 그래서 더 짜증 나고, 더 무섭다.
여기서 포인트는 “양아치처럼 보이게 연기했다”가 아니라, 양아치 같은 인간이 ‘검사라는 자리’를 입었을 때 생기는 괴리감을 아주 정확히 잡아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허세와 농담으로 분위기를 장악하고, 상대를 시험하듯 밀당을 하고, 필요하면 갑자기 표정을 지워버린다. 그 변속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영화가 과장되게 달려가는 순간에도 이 인물만큼은 현실에 붙어 있다.
황정민, 유해진이 만드는 세계가 ‘현장형’이라면, 류승범은 ‘권력형’이다. 현장은 땀과 위험이 있지만, 권력은 말 한마디로 판을 뒤집는다. 그래서 류승범이 등장하면 영화의 공기가 묘하게 달라진다. 이 캐릭터는 손을 더럽히지 않아도 상대를 더럽힐 수 있는 사람이고, 그걸 스스로도 즐기는 듯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 연기가 너무 리얼해서,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그 얄미운 표정이 잔상처럼 남았다. “와 연기 미쳤다”가 아니라, “와… 진짜 저런 사람 있을 것 같다”라는 쪽에 더 가까운 감탄이었다.
말로 싸우는 영화인데, 이상하게 숨이 가빠진다
부당거래는 전형적인 의미의 ‘큰 액션’이 많지 않은 편인데도, 체감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영화의 액션은 주먹이 아니라 대사와 정보로 터진다. 누가 어떤 자료를 쥐고 있는지, 어떤 타이밍에 던질지, 상대가 그걸 어떻게 받아칠지. 이게 거의 격투처럼 편집되고 연출된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지금 누구 편도 들기 싫다”면서도, 다음 장면을 놓치기 싫어서 계속 보게 된다.
류승완 감독 영화의 장점 중 하나가, 인물이 많아도 각자의 욕망을 뚜렷하게 세우는 데 있다고 느끼는데, 부당거래는 그게 특히 선명하다. 선명하니까 더 비극적이다. 누구나 자기 생존 논리를 가지고 있고, 그 논리들이 맞부딪히면서 결국 가장 약한 쪽이 찢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받는다. “나라면 안 그랬을까?”라고. 이 질문이 싫어서 더 몰입하게 되는 영화도 흔치 않다.
다만 호불호 포인트도 있다. 인물과 이해관계가 촘촘히 엮여 있다 보니,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보면 “지금 이게 누구 라인이더라?” 하고 잠깐 놓칠 수 있다. 그리고 통쾌하게 정리되는 맛을 기대하면, 결말의 감정이 다소 씁쓸하게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씁쓸함이야말로 부당거래의 목표 같기도 하다.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는 아닌데, 대신 오래 생각나게 만든다.
결론: “현실 같아서 더 무서운” 한국 범죄 스릴러
부당거래를 다시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가 오래 버티는 이유는 사건 자체보다 사람을 그리는 방식에 있다는 점이다. 과장처럼 보이는데도 현실 같고, 허구인데도 뉴스 같고, 영화인데도 다큐처럼 기분이 꺼림칙하다. 그리고 그 꺼림칙함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바로 배우들의 연기다.
그중에서도 류승범은 ‘검사’를 멋있게 만들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한 얼굴로, 오히려 그 자리가 얼마나 위험한 권력인지 보여준다. 그래서 내가 이 영화를 떠올릴 때 남는 건 “이야기”보다 “표정”이다. 누가 더 나쁜지 겨루는 표정, 누가 더 유리한지 계산하는 표정,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는 표정. 부당거래는 그 표정들이 만들어낸 한국 범죄영화의 한 정점이었다.
스트리밍 OTT
2026년 1월 1일 현재 대한민국에서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키노라이츠 참고)
추천 관객
- 한국 범죄영화 중 현실감 있는 권력/비리 묘사를 좋아하는 분
- 배우들 연기 대결(특히 류승범의 결), 대사 텐션을 즐기는 분
- “깔끔한 정의 구현”보다 불편한 현실을 직시하는 영화를 찾는 분
비추천 관객
- 사건이 단순하게 쭉 뻗는 전개(원인-결과가 명료한 영화)를 선호하는 분
- 보고 나서 마음이 가벼워지는 영화가 필요한 분
- 인물 관계가 많은 영화에서 쉽게 피로해지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