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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냉혹한 비극 느와르 : 박찬욱 복수 3부작의 시작, 인물 해석

by N번째 인생 2025. 12. 7.

박찬욱관 전시 복수는 나의 것 아트포스터
박찬욱관 전시 아트포스터 출처 : 프로파간다

 
이 글은 결말 스포일러 없이 줄거리의 큰 흐름과 분위기, 인물과 연출, 그리고 숨은 재미 포인트들을 정리한 노스포 리뷰입니다.
 2002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은 복수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 흔히 말하는 ‘재밌다’는 말보다 ‘버겁지만 잊히지 않는 영화’에 더 가까운 작품입니다. 청각장애인 노동자, 병든 가족, 구조조정, 장기밀매, 유괴와 복수가 한데 꼬여서, 한 번 어긋난 선택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 끝까지 몰아붙이는 범죄 느와르 스릴러죠. 송강호·신하균·배두나 조합만으로도 볼 이유는 충분하지만, 알고 보면 성경 구절에서 따온 제목과 사회 현실까지 촘촘히 얽힌 작품이라, 두 번 세 번 곱씹을수록 더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저의 한 줄 평 : “누가 옳고 그른가 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냉혹한 비극 느와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박찬욱 세계관의 심연을 가장 거칠게 체험할 수 있는 작품"

비극의 도미노, 줄거리와 세계관

 영화의 무대는 2000년대 초반,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던 한국의 공단 지대입니다. 주인공 류(신하균)는 선천성 청각장애를 가진 공장 노동자로,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누나의 신장 이식을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어요. 하지만 혈액형이 맞지 않아 본인이 기증할 수도 없고, 병원비는 천문학적인 수준입니다. 절망 끝에 류는 장기 밀매 조직을 찾았다가, 자기 신장과 전 재산을 빼앗기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버려지는 최악의 사기를 당하게 됩니다.
 설상가상, 다니던 공장에서까지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류는 말 그대로 바닥까지 떨어집니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연인 영미(배두나). 급진적인 사상과 사회 비판 의식을 가진 그녀는, “나쁜 부자에게서 필요한 만큼만 돈을 빼앗아 오는 ‘착한 유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두 사람은 우연히 알게 된 중소기업 사장 동진(송강호)의 어린 딸을 목표로 삼고, 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고 잘 돌보는 조건으로 짧게 유괴한 뒤, 수술비만 받아 돌아오겠다는 ‘나름의 정의로운 범죄’를 계획합니다.
 초반만 보면, 영화는 ‘착한 유괴’라는 모순적인 표현처럼 선의와 범죄 사이의 묘한 회색지대를 건드리는 듯합니다. 류와 영미는 아이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고, 아이 역시 그들을 완전한 악인으로 느끼지 않는 기묘한 공존이 이어지죠. 관객 입장에서도 “이 사람들을 완전히 악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이상한 연민이 슬그머니 생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핵심은 선의로 포장된 선택도 현실 앞에서는 잔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작은 오판 하나, 예상 못 한 사고 하나가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톤은 급격하게 어두워집니다. 누군가의 실수와 비극이 다른 누군가의 분노와 복수를 부르고, 그 복수는 다시 새로운 피해자를 낳습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누가 더 잘못했는가”보다 “모두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밖에 없었나”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죠.
 특히, 박찬욱 감독은 단순한 개인의 불운을 넘어 IMF 이후 한국 사회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깔아 둡니다. 구조조정, 비정규 노동, 의료비 부담 같은 현실적인 요소들이 류의 선택을 밀어붙이는 압력으로 작용해요. 한 평론가가 이 작품을 두고 “사회 안전망이 부재한 상태에서 개인이 얼마나 쉽게 범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지 보여준다”라고 분석하기도 했죠.
 결말은 여기서 더 끔찍한 복수의 연쇄로 이어지지만, 이 리뷰에서는 어디까지 어떻게 복수가 이어지는지, 누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지는 일부러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멍해질 정도로, 이 복수의 굴레가 얼마나 허무하고 무의미한지 강하게 느끼게 될 거예요.

선의와 악의 경계에 선 인물들

 ‘복수는 나의 것’의 진짜 힘은 줄거리보다도 인물들의 윤리적 회색지대에 있습니다. 각각의 캐릭터는 선과 악 어느 한쪽에 고정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위치가 바뀌죠.
 먼저 류는 전형적인 ‘착한 피해자’로 출발합니다. 말을 할 수 없어 표현은 서툴지만, 누나를 위해 자신의 장기를 내놓을 정도로 헌신적인 인물이죠. 동시에 그는 너무 순진하고, 너무 무모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장기 밀매단에게 속는 장면부터, 유괴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까지,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저러면 안 되는데…” 싶은 선택들을 서슴지 않아요. 신하균의 무표정한 얼굴과 아이 같은 행동은, 그가 저지르는 행동과 기묘한 대비를 이루면서 관객의 감정을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반면 동진(송강호)은 처음에는 그저 억울한 피해자로 등장합니다. 딸을 잃을 수 있는 상황 앞에서 무너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당연히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죠. 하지만 사건이 꼬이고 꼬이면서, 동진 역시 점점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송강호 특유의 평범한 직장인 얼굴이 서서히 굳어가며, 냉정하고 계산적인 눈빛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 돋는 감정선 중 하나입니다.
 영미(배두나)는 이 작품의 정치·사회적 면을 상징하는 캐릭터입니다. 노동 운동과 반체제 의식을 가진 인물로, 불합리한 사회 구조에 대한 분노를 누구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내죠. 하지만 실제로 행동에 옮긴 유괴 계획이 예측 불가능한 비극을 낳으면서, 그녀의 급진적인 정의감은 현실 앞에서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이상주의인지 드러나게 됩니다.
 알고 보면 재미있는 포인트는 여기서 하나 더 있습니다. 영화의 한국 제목인 ‘복수는 나의 것’은 성경의 “원수 갚는 것은 내게 있다(Vengeance is mine)”라는 구절에서 나온 표현인데, 원래는 인간이 아닌 ‘신’이 복수를 담당해야 한다는 의미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끝까지 스스로 복수하려고 발버둥 치다가 파국으로 치닫는 사람들입니다. 제목 자체가 이미 아이러니한 블랙 유머이자,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농담이기도 한 셈이죠.
 또 하나의 재미있는 디테일은 ‘누가 진짜 주인공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초반에는 류의 이야기 같지만, 중반 이후에는 동진의 시점이 점점 비중을 가져가고, 영미의 과격한 신념 역시 영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합니다. 그 결과, 관객은 어느 한 사람에게 감정을 백 퍼센트 쏟아붓기보다 세 인물 모두에게 조금씩 동정과 불쾌함을 동시에 느끼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돼요. 이 감정의 혼란이 바로 이 영화가 남기는 가장 강렬한 인상입니다.

초록빛 누아르, 박찬욱 연출의 힘

 ‘복수는 나의 것’을 보고 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초록빛이 감도는 음습한 화면과 물, 전기 같은 요소들일 거예요.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에서부터 이미 특유의 미장센과 기묘한 유머 감각을 완성형에 가깝게 보여줍니다.
 먼저 색감.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녹빛·청록색 톤은 공장 지대의 차가운 분위기와 인물들의 정서적 고립감을 동시에 표현합니다. 좁은 원룸, 낡은 공장, 지저분한 골목, 썰렁한 병원 복도까지, 대부분의 공간이 ‘사람보다 시스템이 우선인 세계’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되어 있죠. 이 안에서 붉은 피나 노란 비옷 같은 요소들이 튀어나올 때마다, 화면은 더 잔인하고 불안하게 보입니다.
 연출 방식도 흥미롭습니다. 이 영화에는 화려한 편집이나 빠른 카메라 워킹이 거의 없고, 길고 묵직한 롱테이크와 정지된 구도가 많아요. 폭력 장면조차 가까이에서 난리 나게 보여주는 대신, 멀찍이 떨어진 구도로 담담하게 보여주곤 합니다. 그 덕분에 관객은 “와, 잔인하다” 하고 눈을 돌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사고가 벌어지는 전 과정을 차분하게 목격하게 되죠. 이 거리감 있는 연출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공포를 만들어냅니다.
 또 한 가지 포인트는 소리의 사용법입니다. 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인 만큼, 영화는 때때로 소리를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둔탁하게 처리하면서 류의 감각을 관객에게 체험하게 합니다. 어떤 장면은 우리만 듣고 류는 듣지 못하고, 또 어떤 장면은 우리도 함께 침묵 속에 갇힙니다. 이 미묘한 차이가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만약 저 상황에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다면 얼마나 위험할까?”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들어요.
 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백현진·장영규(어어부 밴드)가 맡은 OST는, 멜로디가 과하게 튀거나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어디선가 울리는 둔탁한 리듬과 불협화음 같은 분위기로 영화 곳곳을 채웁니다. 한 평론가는 이 영화의 음악을 두고 “폭력의 감각을 미화하지 않고, 차갑게 관찰하는 카메라와 잘 맞물린다”라고 평가했는데, 실제로 음악이 거의 없는 정적과 소박한 선율이 교차하면서 묘한 불안감을 만들어내죠.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블랙 코미디도 곳곳에서 빛납니다. 상황은 비극인데, 인물들의 행동이나 주변 디테일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식이죠. 예를 들면 경찰서에서 오가는 엇박자 대화, 시위 현장을 비추는 삽화 같은 장면들에서 유머가 튀어나오는데, 이 웃음이 결코 편안하지 않고 “웃어도 되나?” 싶은 죄책감 섞인 웃음이라는 점이 더 인상적입니다.

미리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포인트 & TMI

흥행 실패, 그러나 뒤늦게 재평가된 컬트 영화

 지금은 박찬욱 필모그래피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작품이지만, 개봉 당시에는 흥행에 실패한 영화였습니다. 국내 관객 수는 약 34만 명 수준에 그쳤고, 전 세계 박스오피스도 약 190만 달러 정도로 추산돼요. 제작비가 약 400만 달러로 알려져 있으니,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셈이죠.
 하지만 이후 해외 영화제와 평론가, 매니아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재평가됐고, 지금은 박찬욱의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 중 가장 어둡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박찬욱 올드보이 복수의 끝을 묻다, 이야기 연출 스타일 배우연기 평가

서론 – 20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충격 2003년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는 지금도 한국 영화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힘든 작품입니다. 이른바 박찬욱 복수 3부작 중 하나로 미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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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 꽤 많이 받은 영화다

 흥행과 별개로, 이 영화는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꽤 많이 받은 작품이기도 해요.

  •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작품상, 감독상 수상
  •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각본상 수상
  • 한국영화대상: 촬영상, 편집상, 조명상 수상
  • 청룡영화상: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송강호) 등 다수 부문 후보 지명

 국내 관객에게는 “망한 영화 아니었어?”라는 이미지가 남았지만, 실제로는 한국 영화계에서 박찬욱 이름을 본격적으로 각인시킨 영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류승완·류승범 형제의 깜짝 등장

 영화감독 류승완과 배우 류승범 형제가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한 명은 강가에서 배회하는 남자, 다른 한 명은 영미의 집에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원으로 나와요. 처음 볼 땐 그냥 지나가기 쉬운데, 이름을 알고 다시 보면 “어? 저 사람?” 하면서 반가운 재미 포인트가 됩니다.

제목의 출처와 장르적 계보

 아까 잠깐 언급했듯, 원제 ‘복수는 나의 것’은 성경 구절 “Vengeance is mine”의 직역입니다. 흥미로운 건, 같은 구절을 제목으로 쓰는 영화가 세계 영화사에 꽤 많다는 점이에요. 1979년 이마무라 쇼헤이의 일본 영화 ‘복수는 나의 것’도 같은 표현을 쓰고 있는데, 덕분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두 작품이 혼동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박찬욱의 영화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가, “복수는 신의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인간이 서로에게 복수를 해버렸을 때 어떤 지옥이 펼쳐지느냐”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형태로 변주합니다. 이 지점이 기존의 복수극과 차별되는 부분이죠.

한국 관객·해외 평론가 반응 차이

 재밌는 점 하나. 국내 관객 평점은 네이버 기준 8.67인 반면, 해외 평론가들을 모아 놓은 Rotten Tomatoes 평론가 지수는 53%로 ‘호불호 갈리는 영화’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Metacritic 역시 59점으로 ‘평균 혹은 엇갈리는 평가’라는 평을 달고 있고요. 반면 IMDb에서는 약 8만 명의 사용자가 참여한 가운데 7.5점 내외의 준수한 점수를 유지 중입니다.
해외 리뷰를 보면, “스타일은 훌륭하지만 너무 잔혹해서 피로하다”는 비판과, “복수의 악순환을 집요하게 그려낸 강렬한 시도”라는 극찬이 공존합니다. 한국 쪽 반응은 상대적으로 후자에 가깝고, 대신 “너무 우울해서 두 번은 못 보겠다”는 말이 많이 보이는 편입니다.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은 점

  • 폭력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카메라가 멀리서 보여주긴 하지만, 피와 시체가 자주 등장하고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무거워요. 이런 면에 취약하다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 이야기의 구조는 전통적인 ‘카타르시스형 복수극’이 아니라, 끝으로 갈수록 더 허무해지는 비극 구조입니다. 속 시원한 응징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습니다.
  • 초반 리듬이 비교적 느린 편이라, 인물과 상황을 따라가며 감정선을 쌓는 과정에 조금 여유를 두고 보는 걸 추천합니다.
  • 박찬욱 특유의 블랙 코미디와 미장센, 장르적 실험을 즐기는 분이라면, 이 영화는 후기작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스트리밍 사이트

2025년 12월 기준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스트리밍 중 (키노라이츠)

이런 분께 추천 / 비추천

이런 분께 강력 추천

  •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좋아했고, 박찬욱식 복수 세계관의 시작점이 궁금한 분
  • 사회 구조와 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얽혀 비극을 만드는지, 조금 불편하더라도 끝까지 보고 생각해 보고 싶은 분
  • 누아르·스릴러에서 스타일과 연출, 색감, 음악까지 꼼꼼히 보는 타입의 영화 팬
  • 송강호·신하균·배두나 조합만으로도 “일단 봐야지” 싶은 배우 팬들

이런 분께는 비추천

  • 피·폭력 표현이나 잔혹한 설정에 약한 분 (특히 현실적인 폭력이 힘들다면 상당히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 복수극에서 명확한 사이다 엔딩과 악인의 처벌을 기대하는 분
  •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으면 영화를 즐기기 어려운 분
  • (이 작품은 일부러 누구에게도 전적인 면죄부를 주지 않는 쪽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