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결말까지 전부 다루는 완전 스포일러 리뷰입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나중에 보시고 읽는 걸 추천합니다.
메멘토는 한 줄로 요약하면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가, 복수라는 ‘목적’을 위해 스스로를 속여 가는 이야기”입니다.
아예 스포일러를 전제로, 영화 전체를 시간 순서대로 다시 재구성하고, 마지막 엔딩에서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까지 정리해 볼게요.

1. 먼저, 영화가 왜 이렇게 헷갈리는가?
메멘토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딱 두 가지입니다.
- 시간이 거꾸로 간다 (컬러 장면)
- 우리가 보게 되는 컬러 장면들은
엔딩 → 그 직전 → 그 직전 이런 식으로 역순으로 나열됩니다.
- 그래서 “왜 이 상황이 벌어졌는지”는 항상 다음 장면(실제로는 과거)을 봐야 알게 되죠. - 시간이 순서대로 간다 (흑백 장면)
- 중간중간 나오는 흑백 장면은
레너드가 모텔 방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파트죠.
- 이 흑백은 유일하게 정방향(과거 → 현재)으로 흐릅니다.
영화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 흑백: 과거에서 현재로 직선 진행
- 컬러: 현재에서 과거로 거꾸로 진행
- 마지막에 흑백이 컬러로 바뀌는 지점에서 두 흐름이 “탁” 하고 만나며 진실이 드러나는 구조입니다.
2. 주인공 레너드의 문제: “새 기억을 저장 못하는 남자”
레너드(레너드 셸비)는 선행성 기억 상실증이라는 뇌 손상을 입었습니다.
- 공격을 당하고 머리를 세게 맞은 뒤부터, 몇 분이 지나면 방금 있었던 일도 잊어버리는 상태가 됩니다.
-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죠.
- 폴라로이드 사진에 사람/장소를 찍고, 사진 아래에 간단한 메모를 적는다.
- 몸에 문신(타투)으로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정보들(“그의 차, 그의 이름은…”) 을 새긴다.
- 방 곳곳에 메모와 쪽지를 붙여 자기 행동의 근거로 삼는다.
겉으로 보면 “기억 때문에 불쌍한 남자”지만,
이 설정 때문에 레너드는 언제든지 타인이 마음만 먹으면 조종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 속 인물들이 다들 레너드를 이용하죠.
3. 시간순으로 재구성한 실제 사건
이제 헷갈리는 역순 구조는 잠시 잊고, 현실에서 일어난 일을 시간순으로 쭉 이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3-1. 사고 이전: 보험 조사원이었던 레너드 & 사미 젠키스
- 레너드는 원래 보험 조사원이었습니다.
- 그는 과거에 사미 젠키스라는 환자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사미도 레너드처럼 새로운 기억을 저장 못하는 병을 앓고 있었죠.
- 사미의 아내는 남편 병이 “정말 진짜인지” 의심했고, 몇 번씩 인슐린 주사를 부탁하는 ‘시험’을 하다가 결국 과다 투여로 사망합니다.
- 레너드는 그 사건을 “자신은 프로답게 냉정하게 판단했다”며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이 사미 젠키스의 이야기와 레너드 자신의 과거가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영화 후반부에 강하게 시사됩니다.
3-2. 레너드 집 침입 사건
어느 날 밤, 두 남자가 레너드 집에 침입합니다.
- 레너드는 부인이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한 명은 쓰러뜨리지만,
- 다른 한 명에게 머리를 세게 맞고 쓰러지며 그때부터 기억 장애가 생깁니다.
- 이 사건 이후: 레너드는 “한 명은 죽였고, 남은 한 명(존 G.) 이 어딘가 있다”라고 믿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아내를 죽인 남은 공범을 찾아 복수하는 것”으로 설정합니다.
아내가 그 자리에서 죽었는지, 살아남았는지는 영화에서 핵심 논쟁 포인트가 됩니다. (뒤에서 따로 정리)
3-3. 테디와의 첫 만남, 그리고 “진짜 존 G.”의 죽음
경찰관 테디(본명: 존 에드워드 개멀)가 레너드의 사건을 담당하게 됩니다.
- 테디는 레너드를 동정/이용 섞인 마음으로 도와줍니다.
- 둘은 실제로 레너드의 아내를 공격한 범인(진짜 존 G.)을 찾아내고,
- 레너드는 그를 죽입니다. 바로 이때가 레너드가 꿈에 그리던 “복수 완료” 순간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 레너드는 곧 그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 그리고 기억이 날아간 상태에서 다시 “아내를 죽인 존 G. 를 찾아야 해”라고 생각하게 되죠.
- 테디는 이 상황을 보고 “이미 복수는 끝났다”라고 설명하지만, 레너드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휘말립니다.
3-4. “복수 없는 삶”을 견딜 수 없게 된 레너드
이제부터가 메멘토의 가장 잔인한 지점입니다.
- 복수를 끝낸 뒤에도 레너드의 삶은 계속됩니다.
- 하지만 그는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내 복수는 끝났다, 이제 뭘 하지?”라는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했는지 늘 불완전하게 느끼죠. - 그는 스스로의 존재를 “복수 미션 수행 중인 사람” 으로 정의해 왔기 때문에, 그 목적이 사라지는 걸 감당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레너드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립니다.
“이미 복수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지워 버리자.
그리고 다시 새로운 ‘존 G.’를 만들어서
내가 계속 복수를 하며 살 수 있게 만들자.”
즉, 그는 자기 시스템(타투, 메모)을 조작하기 시작합니다.
- 테디의 말을 들은 직후, 테디의 차 번호와 이름을 단서처럼 기록하고,
- “그가 아내를 죽인 존 G.”라는 거짓 단서를 일부러 남깁니다.
- 몇 분 후, 이 사실을 잊어버리면 “단서들만 남은 상태에서 테디를 추적하는 자신”이 탄생하게 되는 거죠.
이게 바로 영화 컬러 파트 전체의 큰 프레임입니다.
즉, 컬러로 보는 “현재 진행 중인 복수”는 사실 레너드가 스스로 만든 거짓 복수 미션인 셈입니다.
3-5. 나탈리 & 지미, 그리고 영화의 첫 장면(시간상 마지막)
- 지미(나탈리의 남자친구)는 마약 거래에 관련된 인물.
- 테디는 지미를 레너드에게 “존 G. 일 수 있다”라고 살짝 유도합니다.
- 레너드는 지미를 창고에서 살해하게 되죠.
- 이때 지미는 죽기 직전에 레너드를 부르며 이상해하는 반응을 보이지만, 레너드는 기억 문제가 있어 그대로 밀어붙입니다.
- 이후 테디가 등장해 지미의 시체를 처리하려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이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며
“넌 이미 한 번 복수를 끝낸 적 있다”라고 털어놓습니다.
이 와중에 레너드는 완전히 무너집니다.
-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모든 건 뭐지?”
- “내가 믿고 복수해 온 목적이 사실은 이미 달성된 거라면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이 절망감 속에서 레너드는 테디를 다음 ‘존 G.’로 지정합니다.
- 테디의 차 번호를 새로운 단서로 기록하고,
- 일부러 잘못된 문신/메모를 남겨 “미래의 자신”이 테디를 범인으로 믿도록 세팅합니다.
-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는 이 결정을 잊어버리죠.
→ 그 결과, 영화의 가장 앞에 있는 컬러 장면, 즉 레너드가 테디를 죽이는 엔딩 장면이
시간상으로는 이 모든 조작의 결론에 해당합니다.
4. 엔딩 해석: 뭐가 진실이고, 레너드는 어떤 선택을 한 걸까?
이제 중요한 질문들만 정리해 볼게요.
Q1. 아내를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 영화 속 테디의 주장:
- “진짜 존 G. 는 이미 네가 죽였어.”
- 그 뒤로 너와 나는 여러 명을 더 죽였고, 너는 그걸 매번 잊어버린다.
- 영화는 이 주장에 꽤 많은 정황 증거를 붙여줍니다.
- 레너드의 몸에 있는 문신 중 일부는 이미 ‘미션 완료 후에 새긴 기록처럼’ 보이는 것들.
- 과거 사진에 “복수 후의 레너드”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서 있는 셀카.
- 따라서 일반적으로 많이 받아들여지는 해석:
- 진짜 아내 공격범(존 G.)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 지금 영화에서 보는 복수는 레너드가 “목적을 잃지 않기 위해 새로 만들어낸 복수 놀이”다.
Q2. 레너드의 아내는 그때 죽었나, 살아남았나?
이건 영화 속 가장 큰 논쟁 포인트입니다.
- 레너드의 말 (흑백 파트): 아내는 집 침입 사건 때 죽었다고 계속 이야기합니다.
- 테디의 말 (마지막 근처 컬러 파트):
- 아내는 그때 살아남았다. 하지만 레너드가 기억장애를 입은 뒤, 아내가 레너드의 기억상실증이 진짜인지 시험하려고 일부러 인슐린 주사를 계속 부탁했고, 레너드는 병 때문에 기억을 못 하고 계속 주사를 놔서 결국 아내를 과다 투여로 죽게 만들었다.
- 즉, 레너드는 사미 젠키스를 이야기할 때 자기 일을 사미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암시합니다. - 이를 뒷받침하는 영화 속 연출들:
- 사미에게 인슐린을 놓는 장면과 레너드가 침대에 앉아 아내에게 주사를 놓는 장면이 교차 편집 되며 겹쳐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 이는 감독이 “두 이야기가 사실은 하나일 수 있다”라고 시각적으로 암시하는 장치죠.
그래서 많은 해석은 이렇게 정리합니다.
“사미 젠키스 이야기는 절반은 진짜, 절반은 레너드의 자기 합리화이다.”
기억장애를 입은 뒤 아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건 실제로는 레너드 자신이고,
그는 그 죄책감을 견디기 위해 ‘사미’라는 가상의 케이스로 떠넘겨 기억하고 있다.
즉, 아내는 집 침입 사건에서 살아남았지만, 나중에 레너드의 기억장애와 인슐린 사건으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입니다.
Q3. 테디는 진짜 나쁜 놈인가, 피해자인가?
테디는 좋은 놈도, 완전히 악인도 아닌 상당히 회색입니다.
- 초반엔 레너드를 도와 진짜 범인을 잡도록 도와줬습니다.
- 하지만 이후에는 레너드의 상태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범죄자들을 처리하게 만드는 등
분명히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많이 합니다. - 엔딩에서 테디는 레너드에게 “나는 너를 불쌍히 여기기도 하지만, 너도 이미 여러 사람 죽였어”
라고 따끔하게 진실을 말하죠.
결론적으로 테디는
- 레너드를 조종하고 이용해 온 부패한 경찰이면서도, 마지막에는 그에게 어느 정도 진실을 알려주려 한 인물입니다.
- 하지만 레너드가 그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결국 “다음 존 G.”가 되어 죽는 운명을 맞이합니다.
5.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
5-1. 기억이 아니라 “이야기”가 나를 만든다
메멘토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기억장애 무섭다”가 아닙니다.
- 레너드는 기억이 없기 때문에 자기가 만든 단서들과 이야기에 의존해서 자신을 정의합니다.
- 그런데 그 단서들은 객관적인 진실이 아니라, 자기 입맛대로 조작 가능한 것이죠.
- 결국 그는 “나는 아내를 위해 복수하는 남자다”라는 이야기를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진실(이미 복수 끝남, 아내 죽음의 다른 진실)을 버리고, 자신이 믿고 싶은 판타지를 선택합니다.
즉, 이 영화는 “사람은 기억으로 사는 게 아니라, 자기가 스스로 믿기로 한 이야기로 산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5-2. “복수”는 정말 나를 구원하는가?
레너드가 원래 꿈꾼 그림: 아내의 원수를 갚으면 내 삶은 의미가 생기고, 나는 조금은 편해질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 복수는 이미 끝났고, 남은 건 잊힌 공허함과 죄책감뿐
- 그래서 그는 다시 새로운 복수를 만들어내며, 끝나지 않는 자기기만의 굴레 속에 들어갑니다.
메멘토는 복수를 멋있게 미화하는 대신, 복수 이후의 허무와 자기기만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영화입니다.
6. 다시 영화를 볼 때 보면 좋은 포인트
이제 구조를 알고 다시 보면, 이런 것들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 컬러 장면의 시작은 항상 “레너드가 이미 뭔가를 결정한 뒤”
- 우리는 이유를 모르지만, 다음(실제로는 이전) 장면에서 그 이유가 밝혀지는 방식.
- “내가 왜 이 사람을 믿고 있지?” → 다음 장면에서 한 이유가 나오죠. - 폴라로이드 사진 밑 메모의 변화
- 어떤 사진의 메모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서 “그를 믿지 마라”로 바뀌는 과정.
- 이게 레너드의 감정이 아니라, 자기 설정 바꾸기라는 걸 알게 됩니다. - 사미 젠키스 장면과 레너드의 플래시백이 섞이는 순간
- TV 보던 남자가 갑자기 사미에서 레너드로 바뀌는 컷.
- 여기서 감독은 사실상 “이거 같은 사람 이야기일지도?”라고 시청자에게 노골적으로 힌트를 줍니다. - 마지막 나레이션
- 레너드가 스스로에게 말하죠. “내가 조금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라는 식의 내적 독백.
- 바로 그 순간 그는 이미 테디를 속이기 위해, 그리고 ‘미래의 자기 자신’을 속이기 위해 세팅을 끝낸 상태입니다.
7. 정리 – 메멘토를 한 번에 이해하기
핵심만 다시 정리하면:
- 레너드는 새로운 기억을 못 만드는 남자다.
- 그는 아내를 죽인 존 G. 를 찾아 복수하는 걸 삶의 목적이라 믿는다.
- 하지만 실제로는: 테디의 도움으로 진짜 범인을 이미 죽였고, 그 후에도 몇 명을 더 죽였지만,
매번 잊어버려서 계속 복수놀이를 반복해 왔다. - 아내의 죽음: 인슐린 과다 투여로 레너드 자신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는 그 죄책감을 “사미 젠키스”라는 가상의 이야기로 덮고 있다.
- 테디는 레너드를 이용해 범죄자 처리를 시키던 부패 경찰이지만, 동시에 어느 시점엔 진실을 알려주려고도 한다.
- 그러나 레너드는 “진실” 대신 “자기가 믿고 싶은 이야기(아직 복수가 남아 있다)”를 택하고, 테디를 다음 ‘존 G.’로 설정해 자신의 손으로 처형한다. (컬러 첫 장면)
- 그래서 메멘토의 엔딩은 진실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자기기만과 무한 반복의 시작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