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층만 누릴 수 있는 ‘완벽한 디너’에 초대받는다는 설정은, 듣기만 해도 살짝 설레죠. 영화 "더 메뉴(2022)"는 그 설렘을 일부러 키워놓고, 정반대 방향으로 칼같이 꺾어버리는 블랙코미디 스릴러입니다. 미식 영화처럼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저 사람들이 왜 저기 앉아 있어야 하지?”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붙어요. 음식이 예쁘고, 분위기는 고급스러운데, 그 고급스러움이 점점 불편해지는 느낌. 이 영화는 그 불편함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밀어붙입니다.

더 메뉴가 재미있는 지점: “미식”이 아니라 “태도”를 씹는다
더 메뉴 리뷰를 찾는 분들이 제일 궁금한 건 아마 “재밌냐, 무섭냐, 의미가 있냐”일 텐데요. 이 영화는 셋 다를 건드리되, 핵심은 ‘공포’보다 ‘태도’ 쪽에 더 가까워요. 고급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은 원래 규칙이 많습니다. 예약, 드레스코드, 코스의 흐름, 셰프의 철학… 손님은 돈을 내고 들어가지만, 이상하게도 그 안에서는 손님이 갑이 아니라 ‘참가자’가 되죠.
영화는 그 지점을 아주 맛있게(그리고 얄밉게) 활용합니다. 누군가는 “이건 예술이야”라며 감탄하고, 누군가는 “이게 대체 뭐야”라며 견딥니다. 그런데 더 웃긴 건, 대부분이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려 한다는 것. 분위기가 이상해져도, 규칙이 불합리해 보여도,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마음이 사람을 묶어두는 순간들이 나오거든요. 더 메뉴는 그 심리를 비꼬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현실적으로 찍어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말하는 풍자는 ‘부자만 욕한다’ 수준에서 끝나지 않아요. 돈, 취향, 권위, 팬심, 리뷰 문화 같은 것들이 한 테이블에 같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웃긴데 찝찝하고, 찝찝한데 또 웃겨요. 이게 이 영화의 맛입니다.
연출과 배우: 랄프 파인즈의 “정갈한 공포”, 안야 테일러-조이의 “온도”
더 메뉴는 큰 사건을 터뜨리기보다, “정돈된 분위기” 자체로 긴장감을 만드는 타입입니다. 특히 공간 연출이 인상적이에요. 주방과 홀의 거리, 직원들의 동선, 손님을 둘러싼 시선…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여기서 벗어나기 어렵겠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냅니다. 공포영화처럼 점프스케어로 놀래키지 않는데도, 계속 어깨에 힘이 들어가요.
배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랄프 파인즈는 과장하지 않고도 압박감을 만드는 데 도가 튼 배우인데, 이번엔 그 능력이 ‘셰프’라는 직업 이미지랑 완벽하게 맞물립니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한데, 그 차분함이 오히려 무섭죠. 반대로 안야 테일러-조이는 영화의 온도를 조절하는 쪽에 가까워요. 주변이 다 이상해져도, “나만 정상인가?” 싶은 표정과 리액션으로 관객을 현실 쪽에 붙잡아둡니다.
또 한 가지 좋았던 건 조연들의 앙상블이에요. 누가 더 튀겠다고 덤비는 느낌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이 메뉴처럼 배치돼서 흐름을 만든다는 점. 그래서 더 메뉴 리뷰에서 자주 나오는 “코스요리처럼 전개된다”는 말이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 관람 체감과 꽤 잘 맞습니다.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은 포인트 + 추천/비추천
이 영화는 “해석할 거리”가 많은 편이지만, 그걸 숙제처럼 풀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따라가도 재미있어요. 다만 취향을 좀 타는 지점이 분명해서, 아래 포인트만 알고 가면 만족도가 올라가더라고요.
관람 전 알고 가면 좋은 포인트
- 정통 공포보다 블랙코미디가 더 강합니다. 무섭다기보다, 웃음이 나오는데 웃기만 하긴 어려운 타입이에요.
- 대사가 친절하게 설명하는 편이라 ‘은근한 여운’보다 ‘직설적인 풍자’를 좋아하는 분에게 잘 맞습니다.
- 음식 비주얼이 자주 나오지만 ‘먹방 감성’과는 결이 달라요. 미식보다 심리전 쪽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
- 블랙코미디/사회풍자 좋아하는 분
- “비싼 취향, 권위, 리뷰 문화” 같은 소재에 꽂히는 분
- 한정된 공간에서 긴장감을 쌓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께는 비추천
- 이유 없이 불편해지는 분위기를 싫어하는 분
- 메시지가 너무 또렷한 영화가 부담스러운 분
- 깔끔한 장르 쾌감(정통 스릴러/정통 공포)을 기대하는 분
정리하면, 더 메뉴는 “맛있게 불편한 영화”예요. 딱 그 표현이 가장 정확합니다. 보고 나면 파인다이닝을 다시 보게 될 수도 있고, 리뷰 쓰는 내 태도를 한번 돌아보게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이상하게… 간단한 음식이 떠오를지도요.